갈수록 내가 야위어 간다고 생각했는지, 프랭키가 나에게 말을 툭 던졌다. 마른다고요? 제가요?
하하,감독님 농담도 잘하셔. 저 진짜 잘먹는거 아시잖아요.저처럼 잘먹는 골키퍼도 드물걸요.
묘해진 그 분위기를 애써 모면하기 위해 프랭키에게 일부러 우스갯소리를 했다. 프랭키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그냥 좀 보기 안쓰러워 보인다면서 혹여나 체중 감량중이라면 무작정 굶지만 말고 피트니스를 담당하는
코치에게 얘기해 같이 식단을 짜라고 말하고 슥 지나가 버렸다. 휴. 남들이 눈치챌 정도가 되었다니. 나는 손을 펴서
내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이 심하게 빠져 손 마디의 뼈가 지나칠정도로 드러나 있어서, 보기 흉했다. 누가 볼세라 후다닥 다시 장갑을 끼었다.
이상하게도 근 한달동안 뭘 먹거나 마시면 다 토해내서, 먹고싶어도 (사실 식욕도 전혀 들지 않았지만.) 전혀 먹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 꼭 해골같이 변해버렸다. 움푹 들어간 눈과 볼, 까칠하게 말라버린 입술을 감추기 위해 매일 트레이닝복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훈련을 했다. 2주동안은 그게 효과가 있어 아무도 내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오늘 프랭키가 내가 야위어 간다는걸 눈치챘다.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긴 했지만서도... 언제 또 불쑥 물어올까 두려웠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에 식당에 가서 패트릭을 놀려가며 밥을 먹는 척을 했다.야,좋겠다. 행복하냐? 그는 대꾸는 안했지만 무척 부끄러워 했다. 짜식, 능력있네. 그를 실컷 놀려주다가, 순간 헛구역질이 나와 황급히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티에리, 괜찮아?"
그가 놀란듯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난 괜찮아.나는 한손을 들어 그가 다가오는걸 제지했다. 왜그래? 무슨일있어? 식당안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웅성거리며 내주변으로 몰려왔다. 거기엔 프랭키도 끼어있었다. 전 괜찮아요. 오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아가며 대답했다.
더이상 참을수 없을정도가 되서야 나는 화장실로 뛰쳐가서 먹은걸 다 게워내버렸고, 그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패트릭에게 얘길 들어보니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은걸 프랭키가 업고 나와 구급차를 불렀다고 했다. 아,이게 무슨일이야. 하얀 병실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당장 다음주가 시합인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더니 간호사가 와서 제지했다. 좀 쉬셔야해요. 그러면서 내 손목에 커다란 링겔 바늘을 꽂아놓았다.
주사가 아팠지만, 경기를 나갈수 없다는 생각에 분해졌다.
"이지경이 될때까지 도대체 뭐한거야, 티에리 프리먼. "
프랭키가 나를 나무랐다. 하지만 혼내는 느낌보다는 걱정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손에는 어디 근처 가게에서 급하게 포장해 온듯한 느낌이 나는 스프 한그릇이 들려있었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거식증이라더군. 힘들면 진작 얘기하지 그랬나. 먹고싶지 않겠지만 이거 들게나. 그는 포장된 음식을 옆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3주."
"네?"
3주라고, 병원신세 져야하는 시간이. 그는 고개를 저었다. 패트릭이 조만간에 자네 병문안을 올것 같네. 무척 걱정하더군. 프랭키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3주동안은 유스 콜업해서 경기 시킬거야. 걱정말고 푹 쉬게나. 그는 그말을 남기고 훈련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3주, 3주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동안 못하는게 너무나 많아서, 나는 혼자 눈물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