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기때, 그 끔찍했던 삼십초란. 나는 잡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저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코 드라이버 니콜라가 얘기해주는대로 길을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차가 뒤집혀 여섯바퀴를 넘게 굴렀고, 열린 창문사이로는 포도 이파리들이 들어왔다. 보호자세를 취할 틈도 없어 그대로 핸들만 꽉 붙잡고 있었다. 그 구르던 와중에 나는 온보드 영상에 나가지 못할 욕을 수십번도 더 한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니콜라의 안부를 물은 다음, 둘이 같이 빠져나왔다. 밖에서 본 차는 생각보다 더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아,젠장. 이래서 더 갈수 있겠냐고." "...어쩔수 없잖아? 이렇게 된거 돌아 가자고."
미캐닉들이 와서 차-그 이상하게 구겨진 물체를 차라고 할수 있다면- 를 실어가고 우리도 다른 미캐닉이 몰고 온 차에 탔다. 나는 너무 아쉬워서 헬멧을 벗지 못했다.
"그만 헬멧 벗어도 될것 같은데." "그냥...."
내말을 들은 니콜라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내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웃었다. 넌 아직 어려,티에리 누빌. 기회가 그만큼 더 많다고. 그의 헬멧은 무릎위에 얌전히 얹혀 있었다.
나도 그저 웃어버리고, 헬멧과 발라크라바를 벗어버렸다. 아쉬워라. 어쩐지 그것들을 내몸에서 떼어내고 나면 경기가 끝나버린것만 같다.
예전엔 그냥 헬멧은 머리를 보호해준다, 라는 거 이외에 그이상도, 이하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헬멧을 벗어버리면 너무나 아쉬웠다. 어쩌면, 내가 그때 그 답답한 헬멧을 쓰고 있으려던건 경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던 내 욕심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