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전력 60분. 콘티는 미리짜놔서 별로 걸리지는 않았음.
조금만 더 가면 결승선이야, 티에리. 저기 체커플래그 보여? 코 드라이버 니콜라의 잔뜩 쉰, 그렇지만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 남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야하는데, 어쩐지 저 멀리 다른 공간에서 들리는것 같이 가물가물했다.
내가 우승했다고? 다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고 우승을 했어? 내가 달리는 동안 나를 가로막는 다른 차가 아무것도 없었단말이야?
나는 믿을수 없어 내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야, 아픈걸 봐선 꿈이 아닌것 같았다. 누구보다도 먼저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내렸을때,
수많은 사람들의 기뻐하는 얼굴이 보였다. 내가 속해있는 팀의 미캐닉들이 즐거워 하는 얼굴도 보였고, 수많은 팬들도 보였다. 나의 아버지도 거기에 계셨다.
사람들의 환호를 들었지만,여전히 상황이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있는데, 미캐닉들이 와서 나와 니콜라, 그리고 우승을 함께한 차 위에
샴페인을 시원하게 뿌렸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몽글몽글한 샴페인 거품이 우리 - 나와 니콜라- 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고 있었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티에리!"
다른팀이지만, 평소에 굉장히 친하게 지내는 폭스바겐 팀의 드라이버 안드레아스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샴페인을 뒤집어 쓴체라 끈적거릴텐데도, 그는 내가 같은 팀 동료라도 된 것처럼 나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축하해,티에리, 축하해!"
"고맙긴 한데.. 나 샴페인 뒤집어써서.. 손같은데 안끈적거려?"
"그게 무슨상관이야! 내 친구가 우승을 했는데!"
나보다 더 신나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좋게 웃고있던 니콜라가 차 위로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곤, 내손을 잡고 나를 차 위로 올려주었다.
시야가 높아지니 나와 니콜라를 보며 환호하고 있는 사람들이 확실하게 보였다. 웃는 얼굴의 사람들을 보니 그제야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실감할수 있었고,
다같이 웃을수 있었다. 니콜라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다음번에도, 누구보다 빨리 달려서 이렇게 제일 먼저 결승선 통과하자, 알았지?"
그 말의 뜻을 이해한 나는, 빙긋 웃어주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고, 햇살이 따뜻했던만큼 아주 멋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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