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기때, 그 끔찍했던 삼십초란. 나는 잡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저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코 드라이버 니콜라가 얘기해주는대로 길을 따라가다가
순식간에 차가 뒤집혀 여섯바퀴를 넘게 굴렀고, 열린 창문사이로는 포도 이파리들이 들어왔다. 보호자세를 취할 틈도 없어 그대로 핸들만 꽉 붙잡고 있었다. 그 구르던 와중에 나는 온보드 영상에 나가지 못할 욕을 수십번도 더 한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니콜라의 안부를 물은 다음, 둘이 같이 빠져나왔다. 밖에서 본 차는 생각보다 더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아,젠장. 이래서 더 갈수 있겠냐고." "...어쩔수 없잖아? 이렇게 된거 돌아 가자고."
미캐닉들이 와서 차-그 이상하게 구겨진 물체를 차라고 할수 있다면- 를 실어가고 우리도 다른 미캐닉이 몰고 온 차에 탔다. 나는 너무 아쉬워서 헬멧을 벗지 못했다.
"그만 헬멧 벗어도 될것 같은데." "그냥...."
내말을 들은 니콜라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내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웃었다. 넌 아직 어려,티에리 누빌. 기회가 그만큼 더 많다고. 그의 헬멧은 무릎위에 얌전히 얹혀 있었다.
나도 그저 웃어버리고, 헬멧과 발라크라바를 벗어버렸다. 아쉬워라. 어쩐지 그것들을 내몸에서 떼어내고 나면 경기가 끝나버린것만 같다.
예전엔 그냥 헬멧은 머리를 보호해준다, 라는 거 이외에 그이상도, 이하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헬멧을 벗어버리면 너무나 아쉬웠다. 어쩌면, 내가 그때 그 답답한 헬멧을 쓰고 있으려던건 경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던 내 욕심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백주의. 그냥 손가는데로 쓴거라 두서 없어요. 이건 커플링 없으니 전체공개 해도 되겠지.
챔피언 세바스티안 베텔이, 딜레마에 빠졌다. 4년 연속 챔피언인 내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자 모든 언론들이 일제히 이런 제목, 혹은 엇비슷한 제목을 단 어이없는 기사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개의치 않으려고 몹시 노력을 했고, 원하는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혹자는 내가 너무 거만해져서 그런거라고 하기도 했고, 지금은 떠나고 없는 마크웨버의 머신을 타서 그런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런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미친듯이 치고 올라오는 팀메이트도, 나를 압박해오는 보스도,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언론도, 더이상 나에게 큰 자극을 주지 못했다.
그래. 솔직해지자. 난 딜레마에 빠졌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경험한 4번의 챔피언 타이틀과 수많은 사람들.
난 그것들이 너무나 지겨워져 버린것이다.
여기서 만족하고 주저앉으면 더 발전할수 없어, 세바스티안. 더 나아가. 전 팀메이트 웨버가 나에게 남기고 간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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