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양심이다 이것도 이거지만 글 자체를 얼마만에 쓰는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간만에 1차로 돌아왔다.
조르주는 테오도르의 옆집에 산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근 몇주동안 그를 보지 못했다. 그림을 그릴때면 몇날 며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조르주의 습관 탓도 있었지만, 조르주의 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테오도르가 갑자기 발길을 뚝 끊어버린 탓도 있었다. 혹시 앓아눕기라도 한건가. 그는 잠시 이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곧 그만두었다. 수다떨기 좋아하는 마르셀로 부인이 엊저녁에 그에게 테오도르가 앓아 누웠다는 소식을 가져 왔을것이었다.
집에 한번 가봐야하나. 조르주는 붓을 이젤앞에 내려두고 물감으로 더러워진 검은 앞치마를 벗었다. 흰 셔츠의 소매가 물감으로 얼룩이 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성큼성큼 현관 문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아, 라는 감탄사를 내뱉을수 없을정도로, 그는 놀랐다. 바로 앞에 테오도르가 역시 놀란 얼굴을 하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르주, 오랜만이에요. 그는 머쓱하게 웃고 있었다.
"옆집에 살면서도 얼굴보기 무진장 힘드네, 어디서 뭐하고 있었던거야?"
"그건 제쪽에서도 하고싶은 말이에요, 조르주씨는 어디서 뭐하고 있었어요?"
나야... 그림그렸지..
조르주는 말꼬리를 점점 흐렸다. 테오도르는 장난끼 있게 웃었다. 조르주씨 습관이야 제가 알죠. 그는 다시 웃었다. 일자리를 구했어요.
일자리? 조르주가 되물었다. 네, 발레학교 피아노 반주 일이에요. 보수도 나쁘지 않고 밤에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수 있어서 좋아요. 테오도르는 피아노를 치는 시늉을 하며 미소지었다. 밤에는 살롱에 가서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백작부인들이 제 연주를 듣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제 연주는 뒷전이고 언제나 수다를 떨기 바쁘답니다. 어떻게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수다를 떨 생각을 하는건지..
테오도르의 불평을 듣고 있는걸까? 조르주의 표정은 미묘했다. 조르주? 무슨 생각해요? 미묘한 조르주의 표정을 보며 테오도르가 물었다. 조르주는 신경쓰지 말라며 싱긋 웃었다. 저 미소를 캔버스에 옮길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조르주는 테오도르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금 현관문 열고 뭐하고 있는거지? 오랜만에 본 그와 대화하느냐고 그를 밖에다 세워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 내정신 좀 보게.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는데 밖에 세워두다니! 미안하게 됐어. 그렇지만, 나 오랜만에 너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은데. 너희집에 가도 될까? 조르주는 얼굴이 달아 오른 채, 말을 내뱉듯이 했다.
"그럼요. 저는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집에 있는 피아노를 좀 오래 쓰지 않아서 소리가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테오도르는 열쇠를 자기집 현관문에 끼워 넣고 돌리며 조르주에게 말했다. 다음번에 그의 집에 방문할때는 꼭 작업 도구들을 가지고 와야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또다시 그의 표정은 미묘해졌다. 테오도르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조르주, 지금 그 모습. 너무 우스워요.”
웃는것도 찌푸린것도 아니잖아요. 너무 웃겨요. 테오도르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여전히 햇살같은 미소는 변하지 않았구나. 조르주도 푸스스 웃어버렸다.
으음, 이거 괜찮으려나. 오래 손대지 않았다고 해서 피아노에 먼지가 잔뜩 쌓여 있을줄 알았더니, 오히려 반질반질 윤이 났다. 매일매일 닦아주고 있었어요. 쓰지 못하는게 미안해서요. 테오도르는 피아노 건반위에다 손을 얹었다. 자, 어떤게 듣고 싶나요? 말씀만 하세요. 그는 손을 풀려는듯 여러개의 화음을 눌러보고 있었다. 가느다랗고 하얀 손가락이 하얗고 까만 건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발레 음악으로 부탁해도 될까.”
네가 어린애들이 춤을 출수 있게 연주해줬던 음악으로 말이야. 조르주의 말에 테오도르가 웃었다. 조르주, 춤 추려고요? 그렇다면 얼마든지요.
테오도르의 손이 닿은 피아노가 달콤한 선율을 연주했다. 어린아이가 뛰어다니는듯 통통 튀는 느낌도 났다. 조르주는 맨발로 춤을 췄다.발레리노처럼 제자리에서 뛰어 착지하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춤을 추는 조르주를 보며 테오도르는 마치 아이처럼 좋아했다.
파리 제 19구역에는 쇼팽이 폴란드에서 파리로 넘어올 무렵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가 있었다. 그곳은, 가난하거나,이제 막 시작하려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아주 싼값으로 방을 빌려주는 곳이었다. 낭만적인 파리 사람들은 그곳을 "예술가들의 아지트" 라고 불렀다.
조르주 마르틴은 그곳에 사는 몇명의 예술가들중 하나였다. 20대 후반의, 새까만 머리에 작지만 균형잡힌 체구에 날카로운 인상의 젊은 화가. 그의 방 안에는 여러가지 크기의 캔버스와, 여러가지 크기와 재질의 붓과, 기름과 유화물감과,이젤같은 미술도구들이 가득 차있었다.
이젤에는 100호 크기의 캔버스에, 차가운 겨울밤 하늘이 뭉게진듯 그려져 있었다. 그는 셔츠에 바지만 입은체 앞치마를 두르고 붓을 집어들었다. 뭉게진 겨울밤 하늘에 뭉게진 별이 그려지고, 뭉게진 초승달이 그려졌다. 가지에 겨울 밤이 내려앉은 뭉게진 느티나무가 그려지고, 어깨에 숄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아름답지만 형체가 뭉게진 금발의 소녀가 그려졌다. 조르주는 소매에 물감이 묻는것도 모른체, 그림에 열중했다. 옆집에서 무언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조르주의 의식은 캔버스에서 빠져나왔다.
누가 이사를 오나. 조르주는 붓을 내려두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건을 옮기느냐 덜컹거리는 소리 틈으로 조심하세요,하는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고, 경쾌하게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는 옥스포드 화 소리도 들렸다. (조르주는 굽 부딪히는 소리만 듣고도 신발을 구별해내는 재주가 있었다) 경쾌한 소리가 그치자, 굵직한 목소리가 다 됐습니다. 라고 대꾸했다.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만족스러움이 흠뻑 묻어나오는 목소리였다.
달칵달칵,하고 마룻바닥에 신발 굽이 부딪히는 소리가 잠시 들리고,의자를 끌어다 앉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침묵. 이윽고, 쇼팽의 에튀드 중 한곡이 벽을 뚫고 들려왔다.
조르주는 지금 이상황이 연극의 한 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의 옆집에 음악가가 이사 오고, 그는 오자마자 쇼팽을 연주한다. 극작가인 친구에게 얘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르주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옆집으로 찾아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네! 하고 싹싹한 대답이 되돌아왔다. 다시 달칵달칵하는 경쾌한 굽소리가 들렸다. 하나,둘,셋. 조르주가 속으로 숫자를 셌다. 셋에 문이 벌컥 열렸다.
잘맞는 트위드 정장 차림의 앳된 소년이 웃고 있었다. 누구신가요? 소년이 물었다. 곱슬거리는 금발머리에 둥근 눈매의 미소년. 조르주는 오스카 와일드가 표현했던 도리언 그레이가 이런 모습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세요?"
소년이 물었다. 조르주는 환상속에서 깨어난듯 몽롱한 눈을 깜박였다. 환상이 아니었나. 소년은 눈앞에 그대로 있었다.
"옆집 사는사람. "
조르주 마르틴, 조르주는 짧게 자기소개를 하며 자신이 화가라는 사실을 덧붙였다. 세상에,그럼 제 옆집에 화가분이 사시는거군요, 아이 좋아라! 소년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자기방을 구경 시켜주겠노라고 조르주의 옷 소매를 잡고 방으로 끌고 들어왔다.
"테오도르 뒤랑이에요, 열아홉살이고 몇주전에 음악학교를 졸업했어요."
화가분이 제 옆집에 사신다니 너무 좋아요, 나중에 화실 구경 시켜주실수 있으신가요? 조르주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테오도르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뭐 듣고 싶으신거 있으세요? 말씀만 하세요! 짐정리가 좀 덜되었지만 악보는 따로 빼놓았으니까요! 테오도르는 상자에서 악보를 꺼내 늘어놓았다. 베토벤,바흐,쇼팽 슈만 브람스.. 악보를 유심히 쳐다보던 조르주는 악보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거 쳐줄수 있나요, 자기보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조르주는 그에게 존댓말을 해야할것 같았다.
어,이거 제가 제일 자신 있는건데 어떻게 아셨어요? 테오도르는 악보를 받아들고 웃는다. 쇼팽의 발라드 1번. 그의 손이 건반을 가만히 쓰다듬기 시작했고, 조르주는 피아노 옆에 가만히 기대어 그의 연주를 들었다.
조르주는 문득, 자신의 그림속 소녀를 이 소년으로 바꿔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연우형, 14일날 시간 있어요? 사샤에게 온 문자를 빤히 쳐다보던 연우는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 답장은 금방왔다.
[14일은 애지씨랑 같이 보내야하는거 아닌가요.]
[연우형, 저 좀 도와달란 얘기에요.]
[도와 달라고요?]
[전화로 얘기할게요, 문자로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서요.]
바로 전화가 왔다. 사샤는 마음이 급했는지 영어도 아닌 폴란드어로 추정되는 언어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했으나 연우는 도통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연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사샤를 진정시켰다.
[사샤씨, 영어로 또박또박 말해봐요. 뭔소리하는지 하나도 못알아듣겠다고요.]
[아, 진짜...천천히 말할테니까 잘 들어줘요.]
영어로 열심히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사샤의 목소리를 들으며, 연우는 카트를 타던 어린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일단 편지부터 써봐요. 사샤는 연우의 제안을 받아들여 초콜릿을 사면서 편지지를 한묶음 샀다.고백할때 카드에 부끄러워하며 몇자 끄적였던게 생각이 나 얼굴이 새빨개졌다. 여기다가 또 뭐라고 써야하는거지..사샤는 책상위에 엎어졌다. 아, 많이 좋아하는데 표현할수가 없다니.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영어공부좀 열심히 할걸. 사샤는 자기의 저주받은 어휘력을 욕하며 편지지 위에 연필을 굴렸다. 연우형한테 어떻게 쓸지 물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던 그는 연우가 러브레터는 자기가 써야하는거라고,자기는 도와주지 않을거라고 말했던걸 떠올리고 다시 책상에 고개를 파묻었다.
"으아,어쩌지.."
지우개자국만 무성한 빈 편지지가 뭐라도 써달라는듯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사샤는 뭔가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좋아해? 사랑해? 아냐 너무 상투적이야. 잠시 고민하던 사샤는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였다. 잠시후,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성스럽게 편지지를 접어 편지봉투에 넣고 풀을 칠해 입구를 봉했다. 아 부끄러워!!!!!! 편지를 입고 나갈 옷에 잘 넣어두고 침대로 몸을 날린 사샤는 부끄럽다며 이불과 베게를 마구 괴롭혔다. 으으.. 애지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사샤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체 잠에 빠져들었다.
3.
"잘 못 잔 얼굴이네."
밤새 앓던데, 괜찮아? 애지는 사샤의 앞머리를 걷고 이마에 살짝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냥 잠꼬대 했나봐.워낙 잠버릇이 나쁘잖아. 사샤는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 어젯밤에 별 걱정을 다 하고 잠을 잤더니 차이는 꿈을 꿔서 기분이 영 좋지 않아 입맛도 없었다.애지가 버터바른 토스트를 우물거리면서 먹는데도, 사샤는 거기에 손도 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그래?"
"입맛이 없어서."
어디 아픈거 맞는것 같은데.애지는 다시 사샤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머리 아파? 아님 배탈? 사샤는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 차이는 꿈을 꿨어, 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차타고 달리다가 바퀴 빠져서 죽는 꿈을 꿨어."
"저런."
그래서 아침부터 표정이 안좋았구나. 괜찮아. 애지는 살짝 웃으며 손을 뻗어 사샤의 머리칼을 흐트러트렸다. 으응, 그냥 꿈일뿐이었으니까.그제서야 사샤도 토스트 한쪽을 꺠물었다.
"아침먹고 드라이브나 갈까?"
"와, 좋아. 운전 내가 해도 돼?"
"물론."
신난다! 사샤는 토스트 한쪽을 황급히 씹어 삼키며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나참,아직 어린애라니까.애지는 슬쩍 웃으며 자신다 나갈 준비를 했다.
애지가 나오기전에 서둘러 차 트렁크를 열어 어제 샀던 장미 꽃다발과 초콜렛을 꺼냈다.(다행히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초콜렛은 온전했다.) 어제 차를 끌고 장을 보러 갔었던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 사샤는 혼자서 생각했다. 애지가 언제 나오려나. 꽃다발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한 장미향을 맡으며, 사샤는 애지를 기다렸다. 사샤- 저 멀리서 갈색 코트를 입은 애지가 차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애지를 보며, 사샤는 꽃다발을 내밀었다.마치 고백했었을때처럼, 그꽃다발 안에는 예쁜 편지봉투가 들어있었다.
"My Valentain, This is for you."
"와아, 이게 뭐야?"
사샤의 손에 들린 화사한 꽃을 보고 애지는 감탄했다. 사샤는 한품가득 그에게 꽃을 들려주고, 이마에 쪽,하고 입을 맞췄다.
데인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개러지 입구를 동시에 쳐다보았다.처음 보는 남자가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팔랑팔랑 뛰어오고 있었다. 저거 누구지...? 저렇게 생긴 사람이 패독에 있었나? 남자는 맥 페라리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누군데 저렇게 반갑게 나한테 인사를 하는거지? 데인은 달려오는 그 낯선 남자를 보고 생각했다.
"방학 잘보내고 왔어요?"
남자는 연신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데인에게 말을 시켰다. 아 젠장.. 목소리는 익숙한데 얼굴이 기억이 안나네, 도대체 누구지? 데인은 연신 머리를 굴리며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남자가 뭐에요, 머리 자르고 안경썼다고 그새 못알아보는거에요? 라고 말하며 안경을 벗자 데인은 그가 누군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연우씨? 연우씨에요?"
그래요, 저에요. 우와 이거 좀 서운한걸요? 연우는 다시 안경을 쓰고 데인에게 서운하다는듯 툴툴거렸다. 연우씨, 머리 어떻게 된거에요?? 데인이 놀랍다는듯 연우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어깨까지 닿던 긴 머리는 온데간데 없고 뒷목을 살짝 덮는 길이에 앞머리를 잘라 왼쪽으로 넘긴 모습이었다. 연우가 예전에 자기가 르망에서 일했었을떄라며 보여준 사진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와.. 진짜 못알아봤어요. 정말 완벽한 변신인데요?"
"사실 동료들도 저 못 알아 봤었어요."
아침에 개러지에 갔더니 로빈씨가 절 팬으로 오해해서 싸인을 해주려고 했고 디에고씨는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면서 절 내보내려고 했다니까요. 제가 저 못알아보겠다고 물어보니까 그제세야 절 알아보고는.. 연우는 아침에 있었던 일이 우스웠는지 말하는 중간중간에 웃음이 터져나오는걸 감추지 못했다.
"저 많이 이상해요? 다들 엄청 어색해 하던데."
"아뇨아뇨, 아마 연우씨가 머리가 길었어서 그랬을거에요.길었다 짧으면 어색하잖아요?"
"아아, 그런가요?"
연우씨, 근데 머리 왜 자르신거에요?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이던 연우에게 데인이 물었다.
"아..그게..어짜피 흉터 위치는 옷입으면 가려지는 부분이고 머리에 가려지는 부분은 괜찮아져서 그냥 잘라버렸어요!
머리 관리 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잘랐어요!"
머리 아깝진 않았어요? 데인의 물음에 연우는 별로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글쎼. 데인이 연우의 짧은 머리에 적응을 하려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그애를 죽여.죽여버려! 뭘 망설이는거야? 주변이 소란했다. 나는 아득해진 정신을 붙잡으며 천천히 눈을떴다.
경찰, 경찰이다. 경찰이 내 뒷목 옷깃을 잡고 질질 끌고 가고 있다. 놔, 씨발놈아! 욕을 하며 몸을 마구 뒤틀었다.
이마에서 끈적끈적한 피가 흘러내려서 눈을뜨기 힘들었다. 옷소매로 대충 피를 닦아내며 발버둥을 쳤다. 놔! 놓으라고! 품속에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리볼버를 꺼내 나를 끌고가고 있는 경찰놈의 다리를 쏘아버렸다.
억, 녀석은 다리를 감싸쥐고 나뒹굴었다. 이 개새끼같으니라고!! 쓰러진 경찰놈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내가 한발 더 빨랐다. 타앙- 단 한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 경찰놈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죽었나? 나는 발로 쓰러져있는 거대한 덩어리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죽은게 확실해. 바닥에 고여있는 피웅덩이가 말해주고 있었다. 운이 더럽게 없구만. 나 나, 저기 죽은사람이나. 나는 손을 탁탁 털고 총을 다시 품에 넣었다.
애지, 애지를 찾아야해. 나는 끌려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달렸다. 아직 거기있어야 할텐데. 끌려갔으면 안될텐데.
주변은 여전히 서로 엉켜서 싸우고 있는 경찰과,우리 패밀리로 난장판이었지만, 내 머릿속은 애지를 찾아야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디간거야..도대체.."
솔다도인 녀석이 크게 다치거나 끌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혼란한 상황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다들었다.
어디있는거야? 왔던길을 되짚어 가며 녀석의 이름을 목청껏 불렀다. 어디있어, 어디있어?! 목이 터져라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벌써 끌려간거야?? 아냐, 아닐거야.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애지 틸스!!! 어디있어!?
녀석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있어... 나는 건물 계단에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안돼....나는 울것같은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
어떤 덩치큰 경찰놈이 샛노란 금발머리의 남자를 질질 끌고가는걸 발견했다. 나는 고여있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그사람을 보았다. 아.
애지다. 녀석은 나처럼 온 얼굴이 피투성이었다. 녀석은 이미 지쳐버린건지, 별 반항도 못하고 그저 끌려가고 있었다. 야!! 미친새끼야!!!!!!!!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곰같은 경찰놈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당장 그손 놓지 않으면, 니 새끼를 산채로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내 하나하나 불에 태워버릴거야."
"쪼끄만게 말이 많군."
나는 품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경찰놈도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글록이군,전형적인 미국놈이었다. 애지는 정신을 잃은걸까? 이 난리통에도 눈을 뜨지 못하는걸 보면 그런것 같았다. 일단 애지를 구하는게 급선무였다.
"그애 붙잡고 있는 손놓고, 내눈앞에서 조용히 꺼지면 살려드릴게."
"어린애가 건방지군, 하나도 무섭지 않아."
미친놈 같으니라고, 나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놈을 겨눴다. 인질이 있어서일까 놈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날 쏘면 네 동료도 무사하지 못할거야. 녀석은 나에게 총을 겨누는 대신, 애지에게 총을 겨누었다.
"동료가 죽는걸 원치 않지? 그럼 총 버리고, 얌전히 따라와."
"......"
"뭐해, 어서 총버려."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것 같은데. 나는 총을 겨눈채로 놈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다. 호오? 경찰놈은 여전히 하나도 겁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입을 열어 폴란드어로 말했다.
"나는 말이야."
열다섯살때부터 사람을 죽였어,너같은 개새끼는 하나도 겁 안나. 나는 그새끼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그자리에서 쏴버렸다. 미간에 총을 맞은 그 새끼는, 정말 억 소리도 내지못하고 그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순전히 내 운만 믿고 한 도박이었다. 도박은 성공했다.
애지, 애지!! 도박이 성공하던 말던, 그 쓰러진 거대한 덩어리는 내 안중에 없었다. 오직 애지가 괜찮은지,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아있는지가 걱정이었다. 나는 애지를 안아들었다.
"...사샤..?"
애지가 눈을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친데는 없어? 그가 입술을 달싹이며 나한테 물었다. 응,괜찮아.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했지만, 애써 참으려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애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울어?"
"..아냐 안울어.가자.. 보스가 기다려."
"우리 막내."
애지가 웃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그말을 듣고 무너지듯 울음을 터트렸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메아리처럼 그의 말을 반복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그날,나는. 아주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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