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애를 죽여.죽여버려! 뭘 망설이는거야? 주변이 소란했다. 나는 아득해진 정신을 붙잡으며 천천히 눈을떴다.
경찰, 경찰이다. 경찰이 내 뒷목 옷깃을 잡고 질질 끌고 가고 있다. 놔, 씨발놈아! 욕을 하며 몸을 마구 뒤틀었다.
이마에서 끈적끈적한 피가 흘러내려서 눈을뜨기 힘들었다. 옷소매로 대충 피를 닦아내며 발버둥을 쳤다. 놔! 놓으라고! 품속에서 항상 지니고 다니는 리볼버를 꺼내 나를 끌고가고 있는 경찰놈의 다리를 쏘아버렸다.
억, 녀석은 다리를 감싸쥐고 나뒹굴었다. 이 개새끼같으니라고!! 쓰러진 경찰놈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향해 총을 겨눴지만, 내가 한발 더 빨랐다. 타앙- 단 한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 경찰놈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죽었나? 나는 발로 쓰러져있는 거대한 덩어리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죽은게 확실해. 바닥에 고여있는 피웅덩이가 말해주고 있었다. 운이 더럽게 없구만. 나 나, 저기 죽은사람이나. 나는 손을 탁탁 털고 총을 다시 품에 넣었다.
애지, 애지를 찾아야해. 나는 끌려왔던 방향으로 되돌아 달렸다. 아직 거기있어야 할텐데. 끌려갔으면 안될텐데.
주변은 여전히 서로 엉켜서 싸우고 있는 경찰과,우리 패밀리로 난장판이었지만, 내 머릿속은 애지를 찾아야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디간거야..도대체.."
솔다도인 녀석이 크게 다치거나 끌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혼란한 상황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다들었다.
어디있는거야? 왔던길을 되짚어 가며 녀석의 이름을 목청껏 불렀다. 어디있어, 어디있어?! 목이 터져라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설마 벌써 끌려간거야?? 아냐, 아닐거야.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애지 틸스!!! 어디있어!?
녀석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 하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있어... 나는 건물 계단에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안돼....나는 울것같은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
어떤 덩치큰 경찰놈이 샛노란 금발머리의 남자를 질질 끌고가는걸 발견했다. 나는 고여있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그사람을 보았다. 아.
애지다. 녀석은 나처럼 온 얼굴이 피투성이었다. 녀석은 이미 지쳐버린건지, 별 반항도 못하고 그저 끌려가고 있었다. 야!! 미친새끼야!!!!!!!!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곰같은 경찰놈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당장 그손 놓지 않으면, 니 새끼를 산채로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내 하나하나 불에 태워버릴거야."
"쪼끄만게 말이 많군."
나는 품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경찰놈도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글록이군,전형적인 미국놈이었다. 애지는 정신을 잃은걸까? 이 난리통에도 눈을 뜨지 못하는걸 보면 그런것 같았다. 일단 애지를 구하는게 급선무였다.
"그애 붙잡고 있는 손놓고, 내눈앞에서 조용히 꺼지면 살려드릴게."
"어린애가 건방지군, 하나도 무섭지 않아."
미친놈 같으니라고, 나는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놈을 겨눴다. 인질이 있어서일까 놈은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태도였다. 날 쏘면 네 동료도 무사하지 못할거야. 녀석은 나에게 총을 겨누는 대신, 애지에게 총을 겨누었다.
"동료가 죽는걸 원치 않지? 그럼 총 버리고, 얌전히 따라와."
"......"
"뭐해, 어서 총버려."
날, 너무 과소평가하는것 같은데. 나는 총을 겨눈채로 놈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다. 호오? 경찰놈은 여전히 하나도 겁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입을 열어 폴란드어로 말했다.
"나는 말이야."
열다섯살때부터 사람을 죽였어,너같은 개새끼는 하나도 겁 안나. 나는 그새끼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그자리에서 쏴버렸다. 미간에 총을 맞은 그 새끼는, 정말 억 소리도 내지못하고 그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순전히 내 운만 믿고 한 도박이었다. 도박은 성공했다.
애지, 애지!! 도박이 성공하던 말던, 그 쓰러진 거대한 덩어리는 내 안중에 없었다. 오직 애지가 괜찮은지, 많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아있는지가 걱정이었다. 나는 애지를 안아들었다.
"...사샤..?"
애지가 눈을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다친데는 없어? 그가 입술을 달싹이며 나한테 물었다. 응,괜찮아.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했지만, 애써 참으려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애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울어?"
"..아냐 안울어.가자.. 보스가 기다려."
"우리 막내."
애지가 웃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그말을 듣고 무너지듯 울음을 터트렸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메아리처럼 그의 말을 반복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그날,나는. 아주 많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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