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있으면 말해봐,내가 다 들어줄게.로벤은 다정하게 리베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리베리도 굳이 거절하진 않았다.
"내가 그녀석 없이도 살수 있을까? 벌써부터 이렇게 보고 싶은데.."
리베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었지만,조금이라도 더 말을 하면 눈물을 흘릴것만 같았다.
"프랭크,녀석은 다시 돌아올거야,너무 걱정하지 마."
"....."
리베리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로벤도 더이상 뭔가를 캐묻거나 하지않고,단지 「그만 자라.」이 한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고메즈는 아침일찍 공항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락커룸에서의 리베리의 모습이 너무 신경쓰였고,과연 내가 가는게 옳은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휴대폰이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고메즈는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문자를 확인했다.리베리가 보낸 문자였다.
「♡」
아무말이 없었고,단지 하트 하나만 찍혀서 문자가 왔다. 아내한테 보낼걸 잘못보낸 모양이네,고메즈는 그렇게 생각하고 휴대폰을 집어넣으려고 했다.하지만 뒤이어 온 문자에 얼어붙을수 밖에 없었다.
「너를 좋아해,마리오.」
고메즈는 휴대폰을 꽉 쥐고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마음이 찢어질것같이 아팠다. 리베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뭐해,마리오? 가자."
여자친구가 옆에서 고메즈를 재촉했지만 고메즈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녕.」
결국 답장을 이렇게밖에 보내지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
"하윽.."
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아르옌때문에 나는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아르옌은 이제 쇄골이며 가슴팍에 자기 흔적을 남겨놓았다.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석을 잊고 너에게 돌아설수 있다면 난 이렇게 아프지 않았겠지.녀석의 갈색눈을 마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그와중에 놈이 아플정도로 어깨를 깨물었고,나는 가볍게 신음했다.
"아,아프잖아." "나한테 집중해.딴생각하지말고." "그렇게 아프게 할거면 저리떨어져."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자꾸하면 진짜 혼내줄거야."
아르옌의 진지한 표정이,그저 우습기만해 나는 풋,하고 웃어버렸다.
"왜 웃어?" "그냥,웃겨서." "뭐가 그렇게 웃겨." "고마워서."
우리는 그냥 웃었다.
나는 너에게서 구원을 바라는데 그건 너무 무리한 일 일까. 서로 몸을 섞으면서도,나는 그를 사랑할수 없다.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갈망한다는 점에서,우리는 서로 닮아있었다.
"나 졸려,잘거야." "씻고 자,같이 씻을래?" "으응..."
같이씻자는 녀석의 제안을 승낙하고 샤워가운을 집어들려 했다.
"입지마,어짜피 우리 둘밖에 없는데." "섹스 또할거 아니잖아." "샤워하면서 할건데?" "그냥 나가 죽어라."
나는 놈을 베게로 신나게 두들겨준후,화장실로 향했다. 녀석이 내 뒤를 향해 말했다.
"사랑해,프랭크."
나는 망설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아해,아르옌."
그는 나를 잔인하다고 여길것이고, 두고두고 원망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를 사랑하지도 않고, 사랑할수도 없었다.
문득 이탈리아에 가있는 그녀석이 보고싶어졌다.
4.
마리오 고메즈는, 며칠째 프랭크 리베리에게 전화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이 그에게 너무나 잔인한짓을 하고 도망치듯 이탈리아로 떠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고메즈는 그가 그저 좋았다, 필드위에서 껴안고 업히고 어께동무하는게 마냥 좋았을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더이상 그를 가까이 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런 경솔한 행동이, 그에게 상처를 줄까봐 두려웠다. 그가 상처받고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않을까봐, 더이상 그를 만질수 없을까봐 두려웠다.
사랑을 고백하기에는,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다. 자신과 그를 손가락질하는 수많은 사람들. 고메즈는 그와 함께, 주위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를 멀리했다.그와 떨어져있는건 자신에게도 고통이었고, 그에게도 고통이었을것이다.하지만 항상 그가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수 없었다.
수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머리를 식히기위해 고메즈는 읽고있던 가벼운 소설책을 집어들었지만, 글씨가 마치 물결치듯 흔들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는 두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쩌면 자신에게 필요한건 휴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고메즈는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꿈의 세계가 자신과 그를 떼어놓길 바라면서.
5.
아르옌 로벤은, 그저 그와 함께 있길 원했을 뿐이었다. 그와 몸을 섞는다는건 생각지도 못한일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그는 너무나 절박해보였고, 또 아파보였다. 마치 이리저리 금이가서, 살짝만 만져도 금방 부서질것 같은 유리 인형 같았다.
결국 로벤은 그를 안았다. 이미 상처받을대로 받은 그를 안아주고 보듬어주었다. 그는 로벤의 품안에서 고메즈를 찾으며 울었고,로벤은 그 말을 모두 들어주고 위로해주려고 노력했다.그가 마리오 고메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고, 그의 마음속에 들어갈수 없음을 또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기에 그저 그가 힘들때 곁에 있는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뭔가 관계가 걷잡을수 없을정도로 흐트러진 기분이 들었다. 절대로 이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수 없을것 같았다.
로벤은 그저, 그를 지켜보는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더이상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은 없었다.
6.
[잘지내고 있냐.]
"...어..."
[나쁜새끼, 어떻게 연락한번 안할수 있어?]
"..바빴어."
"그렇구나."
마리오 고메즈는, 리베리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죄책감에 어쩔줄 몰라했다. 미안해,미안해만 속으로 연신 반복하며 침묵을 지켰다.
[뭐라 말 좀 해봐.나 안반가워?]
"..미안해.."
[뭐가.]
"...그냥,전부."
[.....]
".도망쳐서 미안해.."
[.....]
"보고 싶어.프랭크."
이제서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는 고메즈는,.분명 그에게 상처가 될걸 알면서도, 얼굴을 보지 않은 체로 고백하는 자신이 굉장히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차라리 그가 화를 내줬으면 했다. 하지만 리베리는 화를 내지 않았다.
[나도,보고싶어..정말로.]
"....프랭크.."
[휴가떄 독일 올거지? 그치?]
"...으응.."
[꼭와, 나 어디안가고 독일에만 붙어있을거니까.]
전화가 끊어졌지만 고메즈는 한참동안 전화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뺨은 붉게 달아올라있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감독님이 가시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그날은 하늘도 감독님이 돌아가신걸 알았는지 유난히 먹구름이 많이 껴 하늘이 어두웠다.마치 하늘이 눈물을 쏟을것만 같았다.나는 축축한 비냄새를 맡으며 감독님의 가시는 길을 배웅하러 갔다.꼭 오늘 하늘처럼 어둡고 침울한 표정을 한 주호형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고,오카자키씨와 니콜라이가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자철아." "주호형.." "감독님 저기 계신다,마지막 인사라도 해라."
주호형은 감독님이 누워 계신 관을 가리키며 나를 그쪽으로 떠밀었다. 내가 감독님께 인사를 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마지막으로 뵙는거니까..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관앞에 섰다.
차가운 관속에 누워 계시는 감독님은 더이상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제 더이상 감독님이 나를 끌어안고 웃고,속삭이고 입 맞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우울하게 했다.
머뭇거리다가 누워계신 감독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차가운 느낌.며칠 전에도 감독님의 손이 차가워서 한참동안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감독님이 유난히 좋아하셨었지..그런 기억들이 비오는날 웅덩이에 물이 고이는 것 처럼 하나 둘 머릿속에 고였다.
더 생각하다간 눈물을 쏟을것 같아서 조용히 주호형 옆으로 왔다. 주호형은 고생했다는 듯이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