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 아까 공을 막으면서 입안에 들어간 잔디를 대충 뱉어내고 다시 골문앞에 섰다. 골대에 부딫혔던 이마가 얼얼하게
아파왔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프랭키가 뭐라뭐라 소리치며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난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전혀 들을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먼곳에서 들려오는것 같이 가물거리며 들렸고, 저 멀리서 이브 클랭이 내쪽으로
슛을 날렸다. 공이 온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공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거리가 짧았다. 공은 골대 그물을 흔들었고, 탈데아의 팬들과 탈데아 선수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우리팀 선수들은 망연자실해서 자리에 주저안고 말았다.
경기는 끝났다. 더이상 돌이킬수 없었다.
락커룸으로 돌아오고 나서, 나는 장갑을 내려놓고 엉망이 된 장갑을 수건에 싸놓고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진다는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렌즈를 오래 끼고 있었더니 눈이 아팠다. 손목도 시큰거리는게 아무래도
내 몸상태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감기인가. 으레 감기몸살이 올때면 손목관절부터 시려웠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티에리."
고생했어. 패트릭이 나에게 말을 붙여왔다. 녀석은 내가 기분이 좋지 않다 싶으면 항상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고마웠지만 지금은 영 말할 기분이 아니라 괜찮다고만 간단히 대답하고 샤워를 하러 갔다. 찬물샤워를 하면 감기에 걸릴텐데. 이상황에도 몸걱정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수건에 물을 적셔 대충 몸을 닦아내기만 하고 그냥 나왔다.
락커룸 의자에 선수들이 모두 앉아있었고, 프랭키가 앞에 서있었다. 또 한소리 하려는거겠지. 난 내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패트릭과 니콜라의 가운데, 녀석들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진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거기다 프랭키의 잔소리까지.하 정말 일진 좋구만. 나는 자조어린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프랭키는 우리를 한번 슥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서럽냐?"
그걸 말이라고. 나는 울컥 해서 뭐라 말하려고 했으나 영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그래요, 지금 서러워 죽겠어요.눈물이 나려는걸 애써 꾹 참고 묵묵히 프랭키를 쳐다 보았다.
"다음번에 이기자. 이기면 돼. 무슨 문제 있어? 너희들은 오늘 최선을 다했어. 억울해 할 필요 없다고."
프랭키는 한명한명 우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나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졌다. 여전히 진다는건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회를 발판삼아 좀더 멀리 도약할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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